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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식객 냥이와 고슴도치

by 톨레 2020. 4. 16.

집 안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몇 년째 식객으로 정을 쏟고 있는 냥이가 있습니다.

 

독일에 사는 저랑 애들은 집에 반려동물을 너무 들이고 싶어합니다만 일년에 평균 한 번은 한국을 가거나 다른 곳을 여행을 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생기면 집에 묶이게 될 것 같아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저번 포스팅에서도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집앞 정원을 어슬렁거리는 동네 고양이들 중에 가장 나이 지긋포스있어보이는 냥이님께 조공을 바치면서 애완동물 키우는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냥이님이 하루에도 여러번 어슬렁 거리거나 다른 고양이들도 몇 마리 왔다갔다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양이에게 주는 밥 그릇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아이들 어렸을 때 쓰던 조그만 그릇이 자꾸 밥 먹을 때 움직이는데다가 가벼워서 자꾸 까마귀가 물고 가서 잔디밭에 엎어놓는 바람에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둘째아이가 만들어 온 블랙핑크컵으로 밥그릇도 업그레이드 해줬어요.

 

밤에는 어떤 동물이와서 고양이 밥을 먹을지 몰라서 보통 탁자에 올려놓고 오는데 그날도 밥그릇을 올려놓으려고 한 순간...뭔가 이상한게 꿈틀거리고 있더라구요. 설마 했더니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고슴도치가 밥그릇을 기울여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냥이 밥을 맛있게 먹고 있더라구요.  "고습도치도 내자식은 이쁘다" 할 때 속담에서만 들어봤던  그 고습도치가 실제로 집 근처에 살거든요 ㅎㅎ

 

문을 열고도 가만히 쳐다보는데 귀머거리인지 정신없이 먹는데만 집중하고는.....우리가 나가니 후다닥 구석으로 숨더니 얼마나 거친 숨소리를 내는지...고슴도치 숨소리 들어보셨나요? ㅎㅎ

아무튼 뚱뚱해진 고습도치가 구석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거 같아서 문을 닫고 들어왔더니 담날 아침 냥이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갔더라구요.

 

야생동물을 직접 보는게 신기하고재밌기는 한데 쟤들이 몸에 병균을 가지고 다니는지 몰라 좀 걱정되기는 해요.

그렇다고 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낮에 집 앞을 왔다갔다 하는 냥이와 밤에 방문하는 고슴도치 구경해 보세요~

 

오늘도 예쁜 모습으로 냥이가 찾아옵니다.

요새 정원일에 재미들린 제가 널어놓은 꽃모종이랑 흙도 관심있게 지켜보구요



둘째아이가 만든 블랙핑크 컵에 준 밥을 거의 비우고 갈 때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달라요~

밥 먹고 좀 쉬다가 미련없이 어슬렁 거리며 가던 길 계속 갑니다. 

이 동네는 잔디로 다 연결되어 있어서 이지역 모두가 냥이님 나와바리

저녁에 냥이님 밥그릇 챙기러 나가는데 시꺼먼것이 따악~

털이 보숭보숭...이 아니고 삐죽삐죽...신기하지만 손대고 싶은 맘이 싹 사라지는 비쥬얼

가까이 가도 밥그릇에 코박고 밥먹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저렇게 밥 그릇을 다 먹고 사라졌다죠

오늘도 오실 냥이님을 기다리며...ㅎㅎ

요새 앱에는 동물얼굴에도 스티커를 적용할 수 있더라구요. 둘째가 찍은 냥이님표 스티커 사진

독일은 요새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흉흉하지만 집에서 따뜻한 햇빛 쬐며 집안 일 하고 있으면

세상에 뭔 일이 있나 싶네요. 좋은 생각 좋은 기분으로 날마다 함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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