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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18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박람회 (북메쎄)

by 톨레 2018. 10. 18.



가을방학 2주째 마지막 날 아이셋을 데리고 프랑크푸르트 인터내셔널 Buchmesse(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아빠가 부재중이라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했던 우리는 독일철도가 내놓은 상품인 Schönes Wochenendeticket(멋진주말티켓)으로 1인용 티켓 하나로 4명이서 움직일 수 있는 표를 예약 했습니다.

게다가 철도회사 상품이라 도시내에 있는 S-Bahn 전차까지 무료로 탑승이 가능합니다.


고속기차는 제외되고 지방 역마다 정차하는 느린 지방열차만 이용할 수 있지만, 근거리 여행에는 정말 유용한 티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주말에 종종 애용해 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사는 곳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지방열차를 타고 2시간 4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오늘 일요일이 마지막인 프랑크푸르트 몌쎄(박람회)는 오전 9시에 오픈해서 오후 6시에 4박5일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에정이었습니다.



10월 15일 새벽 6시반 동네 기차역



당일치기로 돌아올 에정으로 새벽기차를 끊어서 메쎄에는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바로 S-Bahn 전차 2,3,4,5 선이 모두 거쳐가는 메쎄 역은 두 정거장 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미 대규모의 이동이 있는 행사라 행사안내요원이 기차역에서부터 즐비하게 서서 안내를 돕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가족용 입장권


인터넷상으로 이미 도서전 입장권을 예매한터라 가방검색대를 거쳐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미 입장 완료 했습니다.



2018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전시장 도면


전차를 타고 6번 전시회 쪽으로 입장을 한 덕에 해외출판사들의 6번 관에서 한가하게 오전시간을 보낸 우리는 오후가 되어서야 3번 관이 독일의 주 출판사들의 부스가 있는 전시회장인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자 휴일이며, 동시에 책을 구입할 수도 있는 날이어서인지 전시회장은 말그대로 도떼기 시장같아서 돌아다니는 것도 힘에 부쳐 남는 시간 쉬면서 기력을 회복해야만 했다는......슬픈 초보 박람회 체험현장이었습니다.


전세게의 출판사들이 동시에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몇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돌아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 맘에 드는 출판사를 찾아내고 멋진 북마크 등을 기념으로 구입하면서 내년 박람회에는 더 알차게 준비해서 구경하리라는 다짐만으로도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당일치기 견학이었습니다.



요새 10월 같지 않은 독일의 따뜻한 가을날씨에 초만원의 인파로 행사장 안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그래서 메쎄 안마당으로 시원한 공기를 마시러 나왔습니다. 한국 만화출판사도 행사에 참가하셨나봐요.

전 못 보.......암튼 온갖 코스프레를 한 젊은이들로 가득했구요, 무슨 동호회인지 이벤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코스프레를 보는 것도 꽤 즐거웠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피카츄, 세일러문 등등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해리포터, 엑스멘,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 등 제법 다양한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게을러서 안 찍....)


점심때가 되어서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다보니 길게 줄을 선 푸드트럭에서 팔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Currywurst (커리부르스트). 

맛있는 독일 소세지를 그릴에 구워 커리케쳡 소스를 얹어주는 독일 고유의 인기있는 길거리 음식이지요.




행사장 바가지가격이 아닌가 의심되는 한 접시에 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그렇게라도 점심을 해결하고 휴식을 좀 취하고 나니 힘이 다시 나기시작했습니다.

행사장 하늘엔 헬륨을 집어 넣었다는 하트 모양의 비눗방울이 하늘에 점점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원래는 흔하지 않은 독일의 구름한점 없는 10월 가을 하늘입니다. 하늘에 하트모양 헬륨 비눗방울이 분명히 떠 있습니다. 확대해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어요. ㅎㅎ


한 두시간 남짓 몇 전시장을 더 돌아본 후 눈 앞에 두고도 들어갈 수 없었던, 아니 들어가지 않았던, 아니 들어가지 못했던 수많은 전시장과 부쓰를 뒤로 하고 여유있게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그래도 꽤 많은 책과 행사사은품들을 챙겼습니다.


처음 방문했던 미국관의 거대 출판사인 scholastic(스콜라스틱) 출판사 부스에서는 마지막 날이라 전시했던 책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다녀 보니 보통은  할인판매율이 40-50% 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처음 들어간 스콜라스틱 출판사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골라 계산들 하고 있기에 영문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맘에 드는 책들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뭔가 직감적으로 많이 저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Scholastic 출판사 상담테이블


원석이 들어있는 박스형 책 한 권과 스콜라스틱 출판사 레고나 흥미진진해 보이는 아동용 도서들이 많았는데 다섯권을 골라서 부스 직원에게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여차하면 몇 권 내려놓을 작정이었지요.


직원 하는 대답이, "그 책에 대해서 당신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고 가져가세요" 였습니다.

음...책 싯가는 최소한 80불이었는데, 앞의 사람이 열권 넘는 책을 사고도 20유로를 지불하는 것을 봤던 터라 혹시 10유로만 지불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된다고 하더군요.

원석이 들어있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이라면서....


매우 땡큐하면서 시작된 첫 박람회 해외관 책 득템이었습니다.


도서전시회라 책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 지도나 여행책자를 만드는 출판사들도 참 많아서 한 전시장을 다 차지할 정도였는데, 정말 예쁘게 빛이 나서 하나쯤 갖고 싶은 지구본을 제작하는 컬럼버스 글로부스 회사에서는 부스 내에서 바로 본인 계정으로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클릭하면 세계지도를 하나 선물로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거 뭐 일도 아닌 것으로 세계 전도 하나 득템 했구요.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출판사는 어린왕자 독일어버전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인 ANACONDA(아나콘다) 였습니다. 

왠지 출판사 이름도 어린왕자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ㅎㅎ


인문학 고전 독서를 강조한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이지성님의 책을 읽고 느낀바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고전을 좀 읽히고 싶었던 차에 원하는 고전들이 정말 종류대로 다 전시되어있는 부스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곳이 바로 아나콘다 출판사 부스였답니다.




헤겔, 니체, 칸트를 비롯한 철학서에서부터 괴테 쉴러 등의 독일 문학고전 작가의 작품들은 물론, 해외 고전문학인 헤밍웨이,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뭐 클래식이란 클래식은 다 갖추고 있었던 거죠.


셜록홈즈시리즈나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명작들도 많았어요.


동양철학서를 번역해 출판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텐데 심지어는 공자, 맹자, 손자의 병법서 까지...물론 성경과코란도 있더라구요. 




전시회에서는 당연히 현금만 받고 책을 판매하는데, 책들을 현금으로 사야 한다는 계산까지 못한 저는 준비해 온 현금을 거의 먹는데 쓴 데다가 비싼 북마크 같은 기념품을 미리 챙기는 바람에, 예상 밖에 갖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던 아나콘다 출판사 부스에서는 수중에는 이미 10유로 남짓 밖에 남지 않았더랬죠.


키 크고 잘 생기고 겁나 친절하게 생기신 30대 중후반 쯤으로 보이는 독일 남자분 두 분이 그 곳 책임자들도 보였는데, 한 권만 사야한다면 제일 흔하지 않을 것 같았던 손자병법서를 골라 가격이 얼마냐고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독일의 하드커버책은 경험상 보통 20유로를 넘어가는 지라, 전시회 할인에 기대를 걸고 물어봤더니 계산대에 계신 친절하신 분께서 3,95유로 라는 폭탄발언을 하시더라구요. 생각보다 너무싸서 폭탄처럼 들렸어요. ㅎㅎ

옆에 있는 공자책은요? 했더니 그것도 3,95유로


그래서 기쁜 맘으로 두 권 다 달라했더니 할인해서 두 권에 6유로. 게다가 보통 5유로에 파는 천으로 된 쇼핑가방을 선물로 주시겠다고 고르래요.


셜록홈즈 프로필이 그려진 가방을 골랐더니 옆에 있던 아들이 자기는 "아버지와 아들" 가방이 갖고 싶다고 태클을 거는 바람에 미안한 표정으로 좀 바꿔달라고 했죠. 두 아저씨 눈이 동그래지더니 아들에게 "너 아버지와 아들 좋아하냐"면서 그 가방도 선물로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심지어는 자기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면서 '아버지와 아들' 책 한권을 찾아와서 선물로 주겠다는 겁니다. 거의 자선사업가 수준의 호의였어요.  



e.o.plauen의 Vater und Sohn (아버지와 아들) 

ANACONDA 출판사


아들이 좋아한다고 고개를 끄덕여서, 제가 초등학교에서 그림을 상황에 맞게 설명해야 하는 독일어 작문 시험에 나오는 작품이라 좋아하게 되었다고 부연설명을 하니, 옆에 서계시던 분도 맞다고, 자기도 초등학교 다닐때 같은 시험을 봤었다고 맞장구 치시더군요.


정말 친절하다고 고마워 하면서 돈 주는 것까지 까먹고 있던 제게, 이제 6유로를 계산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제서야 겨우 정신이 들어 10유로를 꺼내 주었더니 잔돈 어차피 많이 없으니까 5유로 짜리로 거슬러 주겠다면서 마지막까지 베푼 친절까지 너무 완벽했어요. 


수도 없이 많은 부스들 중 하나만 제대로 알게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국제 도서전 방문 경험이었습니다. 


새벽에 별을 보면서 출발했다가 별을 보며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하다는 생각보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맑은 가을하늘에 또렷이 보이는 오리온 별자리를 바라보면서 여행을 나서자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갈수록 더 세상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이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아직도 다 크려면 멀었나 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의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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